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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진단 후 흡연, 숨기지 말고 도움 받으세요
     

    “암까지 걸리고 담배를 피워? 내가 암에 걸렸다면 당장 끊었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진료실에 환자를 따라 들어온 보호자들은 그 답답한 마음에 “담배 때문에 이렇게 되고도 담배를 안 끊어요” 라면서 저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옆에서 듣는 환자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겠지요.

    실제로 흡연을 하던 많은 분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충격으로 단박에 담배를 끊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암을 치료하면서 또는 치료한 후에도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암환자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또 잠깐 동안은 끊었다가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다시 피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년 전 병원에 내원한 전국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암 진단 전에 흡연을 하던 환자의 1/4 이상은 설문 당시에도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끊고야 싶지요. 그런데 잘 안 됩니다”

    하루는 위장관 간질종양(위 점막 아래쪽에 발생하는 위암의 일종) 환자분이 금연 치료를 위해 찾아오셨습니다. 이전에 한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남아 있는 종양은 글리벡(Glivec)이라는 표적 항암제가 나오면서 효과적으로 성장이 억제되고 있는 경우였습니다. 다시 수술을 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담배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폐 상태가 좋지 않았고, 수술을 하면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컸습니다. 암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환자분께 두 달 간 금연을 하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환자분이 아무리 노력해도 담배를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아니, 왜 그런 상황에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나?’

    현대 의학에서는 담배가 단순한 습관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뇌신경 과학의 발달에 따라 흡연은 니코틴에 대한 중독 상태임이 밝혀졌으며, 따라서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뇌에는 도파민성 뉴런(신경단위)으로 구성된 ‘보상 경로’와 노르아드레날린성 뉴런으로 형성된 ‘금단 경로’가 있어서 흡연으로 머리에 니코틴이 들어오면 쾌감을 느끼는 한편,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금단증상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환자에게 “먹는 것을 참아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식욕을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흡연자에게는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금연이 너무나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보상경로, 금단경로

    이 환자분께 “담배 끊는 것을 도와드리는 약이 있습니다”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런 약이 있냐며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몇 주 만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습관이라고만 생각하고 약물 치료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습니다. 그러나 금연 치료 약물은 뇌신경에 작용하여 금단 증상을 줄여주고 흡연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켜서 담배를 끊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흡연자들의 금연을 훨씬 쉽게 만들어 줍니다.

    “잠깐 끊었었지요. 그런데 다시 피웁니다”

    암 진단 후 충격으로 단박에 담배를 끊었던 분들이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흡연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암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암을 겪었던 분들에게는 특별히 더 나쁜 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흡연은 암의 재발과 사망률을 높입니다. 폐암 환자의 경우 지속적 흡연은 재발률을 2배 정도 높이며, 전립선암 환자 역시 재발 및 전립선 암에 의한 사망률이 6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로 흡연은 이차암의 발생은 물론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병의 발생을 높입니다. 폐암 환자가 지속적 흡연을 하면 다른 암이 추가로 생길 확률이 3.5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심근경색, 뇌경색(중풍), 고혈압, 당뇨 등 다른 만성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하나의 암을 잘 치료하고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암이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금연을 지속해야 합니다.

    지속흡연으로 인한 위험도

    “가족들은 제가 담배피우는지 몰라요”

    한번은 입원 환자에 대한 금연 진료 의뢰를 받아 도와드린 적도 있습니다. 금연 의지가 있고 금연 보조제 사용에도 거부감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연 보조제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난색을 표하셨습니다. 금액이 문제라기보다 약값이 청구되면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흡연 사실이 알려지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암까지 걸린’ 환자는 당연히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환자에게 ‘암에 걸리고도 담배를 피우냐’ 고 핀잔을 주거나 ‘그러니까 암에 걸렸지’ 와 같은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암 치료로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암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비난을 받으면 오히려 반발심리가 생기기도 하고 ‘나는 암까지 걸리고 이것도 못 끊나’ 하는 생각에 자포자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험 조사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받는 암환자일수록 암 진단 후 금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가족들은 의지는 있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를 비난하기 보다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금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환자가 금연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응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암환자도 흡연을 숨기기보다는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히 말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금연에 성공하고 나아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신동욱 암건강증진센터 | 신동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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